공지 | 또 다시 비명에 가까운 청년의 고함이 산곡(山谷)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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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영 (49.♡.145.190) 작성일2019-07-05 21:18 조회2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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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얼굴에는 희색이 어렸다. 청년이 비로소 마음을 돌리려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더욱 더 사정조로 은근히 말했다.
"팔룡아, 나 좀 봐 주라. 응?"
그 말에 청년은 피식 웃었다.
'헥! 저 놈이 또.'
청년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노인의 역 팔자 눈썹은 이
상하게 비틀린다.
청년의 입이 열렸다.
"사부님. 벌써 잊으셨습니까?"
"뭘 말이냐?"
"왜, 제자에게 처음 무공을 전수하실 때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
습니까?"
'아차.'
노인의 안색이 누렇게 변해 버렸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자질이 뛰어난 놈이라도 나의 절기를 완전히
소화시키려면 밤을 낮 삼아야 하며, 또 고통을 유흥으로 알아야
한다구요."
"끙, 이 놈아. 그건......."
청년은 노인의 말을 가로 막으며 다시 결연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
다.
"아무튼 오늘만은 반드시 진우주 천상천하 유아독존검법의 숨겨진
진수를 깨닫고 말겠으니 그리 아십시오."
휙-- 휙휙--!
청년은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듯 다시 막대기를 휘두르기 시작했
다. 비록 어설프기 짝이 없는 동작이었으나 그의 표정만은 엄숙하
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노인의 얼굴은 그만 우는
듯, 웃는 듯 묘해졌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자승자박이라더니 내가 누구를 탓하랴. 다 이 놈의 방정
맞은 주둥아리 탓이지!'
노인은 힘없이 돌아섰다.
그가 동굴 안으로 어기적거리며 들어서는 순간,
"으아아-- 아아아아-- 아아악!"
또다시 비명에 가까운 청년의 고함이 산곡을 울리고 있었다. 노인
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가 아무리 발광해 봐야 없는 진수가 어디서 기어 나오겠느
냐? 끙, 실없이 나온 농담 한 마디가 이런 사태를 만들다
니......."
노인의 얼굴에는 허탈과 가책의 빛이 어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피식 웃어 버린다.
"내가 진짜 뇌진자(雷震子)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사실 너만한 제
자를 얻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
노인의 모습은 동굴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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