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분명 이 놈이 무슨 기연(奇緣)을 만나기는 만난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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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영 (130.♡.197.88) 작성일2019-07-08 18:32 조회2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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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달콤한 잠에 스물스물 빠져들던 노인은 동굴이 온통 진동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깨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며 얼굴을 잔뜩 이그
러뜨렸다.
'아니, 저 놈이 또?'
노인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피로감에 일어나서도 현기증에
못 이겨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간신히 벽을 짚으며 비실비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계곡의 여기저기를 살피던 노인의 표정은 부시시하기만 했다. 그
러나 곧 시선이 한쪽으로 향하는 순간 그의 눈은 동그랗게 부릅떠
지고 있었다.
암벽 한 곳.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청년의 몸뚱이가 절벽
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박혀 있는 암벽 주위에
는 여기저기 일부러 쌓아놓은 듯한 짚단더미가 놓여 있었다.
"아이고, 이 놈아!"
노인은 자지러질 듯 비명을 발했다. 그는 청년에게 다가서며 원망
의 말을 늘어놓았다.
"발작이 일어나 못 참겠으면 이리로 뛰어들라고 기껏 힘들여 짚단
을 쌓아놨더니 번번이 엉뚱한 곳으로 달려드느냐? 어찌 네가 하는
일들은 그 모양이냐?"
그렇다면 그 짚단은 일부러 노인이 쌓아놓은 것이었단 말인가?
노인은 낑낑거리며 암벽에 박혀 있는 청년을 끄집어냈다. 그러나
워낙 깊숙이 박혀 있어 노인의 힘으로는 잘 되지 않았다. 노인은
관자놀이에 잔뜩 심줄을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겨냥이 이토록 서투르니 장래 계집 구멍이나 제대로 찾을런지.
쯧쯧......!"
근 반 시진(한 시진=두 시간) 여를 걸려서야 노인은 청년의 몸을
암벽에서 빼낼 수 있었다.
청년은 혼절을 한 듯 맥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커다란 덩치를 큰
대자로 벌린 채 기식이 엄엄한 것이었다.
노인은 청년의 맥을 짚어 보았다. 인간의 몸이 암벽에 그렇게 세
차게 부딪쳤다면 보통 사람은 뼈도 추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청년의 맥박은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었다.
'대체 이 놈의 몸은 뭘로 만들어졌길래 이 모양이지? 응당 뼈마디
가 박살나고 혼이 구천을 헤매야 정상이거늘. 번번이 애꿋은 바위
들만 박살나곤 하니.'
노인은 혼절해 버린 청년을 질질 끌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
다.
노인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벌써 수십번째 일어나고 있는 청년의 발작인 것이다. 발작이 일어
날 때마다 청년은 허공을 날아 어디에건 부딪쳐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암벽에 가볍게 부딪치는 정도였으나 얼마 전부터는 아예
암벽에 틀어박혀 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몸
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이 놈이 무슨 기연(奇緣)을 만나기는 만난 모양인데.'
노인은 가재미같은 눈을 가늘게 하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그게 아마 일 년쯤 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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