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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 | 가난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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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seonjae 작성일2014-11-19 07:54 조회1,1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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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감사





어느 추운 새벽, 겨울이라 늦은 시간인데도
이제서야 동이 트며 어두움을 겨우 몰아내고 있을 때,
난 훈훈한 거실 유리창으로 새벽을 보며 밖은 얼마나 추울까 싶은 생각에
차마 창은 열어보지 못한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아무 걱정 근심 없는 마음으로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아래 길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멀리서
“재애애―첩 사-이소―, 재애애―첩 사-이소―.”하는
목청 좋은 아주머님의 목소리가 골목길을 울리고 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참 부지런하기도 하시지’
하다가 다가오는 그분을 자세히 보니 아는 사람이었다.


머리에는 칭칭 목도리를 둘러싸고 두텁게 끼어 입은 옷으로
겨우 눈만 보이는 모습으로 입에는 김을 푹푹 내며 재첩 사이소―를 외치고 있었다.
얼마 전 추운 겨울에 맨손으로 생선 일을 하시며 얼어터진 손이 상처가 나고 부어서
너무 아파 움직일 수가 없다며 치료를 받으러 오신 그 아주머님이셨다.


손등과 손끝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 사혈을 해 드리며
어떻게 이렇게까지 참으시며 일을 하실 수 있냐고 여쭈었던 그 아주머님.
생선내장은 맨손으로 긁어내야 한다며 일 하다 보면 그렇게 시린 줄은 모르시겠다고,
그런데 생선은 전부 얼려서 나오기 때문에 장갑을 껴도 손 시린 것은 마찬가지라고 대답하셨다.


그분이 추운 겨울날 새벽에 남이 다 자고 있는 한 밤중에 일찍 일어나
재첩국을 끓여 아침 식사용 국을 만들어 팔러 다니는 것이다.
매일 새벽마다 들리는 재첩사이소의 아주머님이 그분인 줄은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런 추운 새벽에 꽁꽁 언 손을 목장갑으로 겨우 가리고 재첩 통을 끌고 다니며
소리치시는 그 상황을 접한 순간 갑자기 얇은 잠옷이 전혀 춥지 않은 거실의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내 마음에 처음 올라온 생각은, 저 사람은 추운 겨울에 쉬지도 못하고
얼어터진 손으로 국을 끓여 팔러 다니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며 참 감사하다 하며 그분을 내려다보고
또 다른 의미로 또 내려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 감사가 과연 옳은 감사인가?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갑자기 나보다 힘들게 느껴지고 추워 보이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나와 비교하여 갑자기 행복감을 느낀다면 이것이 과연 옳은 감사인가?




몇 년 전 백혈병으로 골수이식 수술까지 하였으나
30대 중반의 젊은 아내와 6살 딸을 남겨놓은 채로 한 젊은 남자가 죽었다.
내 친구는 졸지에 과부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그토록 친했던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서먹해서
그 친구와 아무런 이야기도 나눌 수 없었다.
내 남편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고 아이들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단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 친구가 갑자기 불행을 느낄까봐,
내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그 친구가 우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친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는 불행하리라 짐작했었다.
‘저 사람은 저 환경에서 불행할 거야’ 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그 마음 자체가
그 사람을 불행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것,
상대방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환경이 아니라
그 사람을 불행하게 보는 그 순간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난 그 친구와 드디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진심으로 그 친구의 감정에 대해 선입견 없이 물을 수 있었고 그 친구는 자유롭게 대답했다.
예전처럼 격의 없이 내 모습을 보일 수 있었고
그 친구도 자기의 사정을 불행한 일은 불행한 대로,
기쁜 일은 기쁜 대로 세월이 치료해준 상처를 내보여 주었다.
그 전처럼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물었다.


“어떤 가수가 하반신 불수가 되고 어느 정도 그 장애를 극복한 뒤에
방송에 나와 인터뷰하는 걸 본적이 있어.
리포터가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는데, 뭐라 대답했는지 알아?
자신을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이 자기를 동정하는 시선이라고 말하더라구.”
했더니 친구가 대뜸, “나 그거 당하고 살고 있잖아.” 한다.
남의 불행을 보고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자기 자신의 그렇지 않은 조건을 떠올리며
감사를 한다면 그 감사는 과연 옳은 감사일까?




그 후로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이렇게 물으면,
“아니요. 틀렸습니다.” 라고 대부분 대답한다.


그러나 질문을 좀 바꾸어,
“다리가 한쪽이 불편한 사람을 보고 난 두 다리가 멀쩡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한다면요?
난 두 눈이 멀쩡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한다면요?” 하면 그건 옳다고 대답한다.


우리의 감사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느끼는 감사일 때가 많다.
나는 가난한 감사라고 이름 지었다.
남의 행복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성으로 받아들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버젓한 속담을 아무 부끄럼 없이 즐기고 있다.
놀라운 격언에서 답을 찾았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자들과 함께 웃는 것을 말씀하신 분이 있었다.
남의 기쁨을 같이 기뻐할 수 있고 슬픔을 같이 슬퍼할 수 있는 마음이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마음이 깨끗해져야 하는 것인지,
겨우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해낸 그보다 더 좋은 상태는 짐작컨대,
무심의 상태에서 불행과 행복을 바라보며 적절한 도움과 기쁨을 나누며 누리는 것이리라.
비교하지 않고 감사하고 비교하지 않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감사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감사에서 벗어나 진정 존재 자체로 감사한 따뜻한 감사를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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