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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편지 |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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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seonjae 작성일2013-07-05 17:56 조회8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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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펄펄 내리는 아침입니다.
길이 막힐까 봐 서둘러 나와 조금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하아 오늘은 녀석들이 얼마나 운동장을 나가자고 조를까?’
이 눈을 옮겨와 진흙탕 교실을 만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인적이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를 소복소복 바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땅만 보고 걷자니 내 허리 근처만한 높이의 한 녀석이랑 마주칩니다.
어른 우산을 들고, 학원보조가방 하나와, 모자를 둘러쓰고,
목도리를 휘휘 감고, 아주 큰 장갑을 낀 채, 눈만 빼 꼼 내밀어
도통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2학년 우리 반 키 번호1번, 체구도 1번인 여자아이입니다.


“얘야, 고렇게 싸매면 앞이 보이니?”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발육이 늦은 탓인지 모기만한 목소리와 읽기와 쓰기 기본적인 셈하기도 늦어
2학기부터는 거의 매일 남겨 나머지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제가 제 성질을 못 이겨 버럭 야단도 치고,
그러다 후회가 들면 꼭 안아주고,
저 작은 얼굴에 온통 뽀뽀자국이나 이마에 별 도장을 찍어
집으로 보내곤 했었습니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눈발을 함께 맞는 지금
녀석이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어? 일단 교실에 가서......”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운동장에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풀어놓습니다.
잡동사니와 책이 가득한 가방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가방 속 책 사이사이에 꽁꽁 얼어붙은 손을 열심히 집어넣고 있네요.


아 찾았다.
열심히 실갱이 끝에 찾아 제게 내민 것은
‘情’ 이라는 글씨가 쓰여진 가방 속에서 다 부서진 쪼코파이였습니다.


나는 그때의 일이 그림처럼 자주 떠오릅니다.


올해 들어 벌써 10년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뭔가 다급한 마음에 대학원까지 마쳤으니 가방 끈은 길고,
가르치고, 배우고, 또 배움 속에서 가르치고......
지긋지긋한 학교만 벌써 몇 년을 다녔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이 다 배움을 주는 학교이니 어쩌면 평생 학교를 다니고 있는 셈이지만요.


세월만큼 이제는 많은 학생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해만 지나도 이름을 까먹기 일쑤이고,
너무 커버려 때때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만남 속에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눈망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눈망울’이 주었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한 날 기억이 납니다.
우리 만남은 ‘인연’이라고 칠판에 쓰며 커다랗게 우주를 그리고,
그보다 작은 지구를 그리고, 작은 대한민국과 서울
그리고 구로동을 표시하며 OO초등학교
그리고 5학년 4반 교실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닌 ‘굉장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준비한 ‘만남’ 이라는 노래도 불렀고요.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억지로 손을 부여잡고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인연’을 그리 여러 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그날 일기장에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은 (인연이 아닌)‘우연’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썼더군요.


전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시간 동안 그렇게 보내주신 귀한 ‘인연’을
‘우연’으로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학창시절에 절친한 친구 녀석이 “인생은 고해의 바다”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작은 일들로 배꼽을 잡고, 연신 깔깔거렸는데
다복한 가정에서 반에서 늘 유쾌하고 유머가 넘치는 녀석이 그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웬 쌩뚱맞은 소리쯤으로 들었지요.


한참 후에 그 친구는 생일날 방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습니다.
산에다 뿌려주었어요.
너무 놀라 당시에는 눈물도 콧물도 안 나더군요.


누구에게나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그것들이 다가오는 것일까요?
흘려 들었던 그 말이 가끔 살면서 힘든 일 없이 살아온 나에게도
또 이렇게 가끔 이 녀석들이 뛰노는 것을 바라보며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고해의 바다’


아빠가 100년 전부터 하느님과 살게 됐다는 천진난만이
학기초 늘 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넣어 아이들 앞에서 손을 빼라고 강요 했더니
슬며시 뺀 손에 다섯 손가락이 없어 충격과 함께 너무나 미안했던 일......
종종 냄새 나는 화장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며 몇 시간이고 숨어 있던 아이
가출을 밥 먹듯이 했던 녀석을 찾아 온 동네를 뒤지고 다녔던 기억
새엄마가 변을 못 가린다며 불로 항문을 지져 병원에 입원했던 아이......
가난으로 영양이 부족해서 시력이 손상되었던 아이......
아빠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져 격리시켜 두기 위해 전학을 갔던 녀석......
미혼모였던 엄마의 술국을 끓여준다고 가끔 학교에 늦던 아이......
갓 태어난 동생을 봐줄 사람이 없어 결석을 밥 먹듯이 했던 아이
놀림 당하던 혼혈인 외국인 근로자의 아이......
(겉으론 다정했지만) 데리고 있었던 것이 번거롭게만 느껴졌던 정신지체아 아이......


또 이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


물론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던 아이들도 많았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를 가졌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누구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배경을 알기 전에는, 그 환경 속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친해지기 전에는,
독심술을 터득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겠더군요.
또 안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짜증이 많아졌거나, 다툼이 많아진 아이를 한참 구박하다
조용히 불러다 놓으면 한참 뒤에 사실은......
헤어진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엉엉 울어버리는 아이를......
형에게 비교당하는 것을 원망해 삐뚤어진 행동을 한다는 것도......
가끔 (처녀시절엔) 저를 좋아해서, 반의 누군가를 짝사랑해 그러는 것도......^^*
자신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사춘기 속의 아이들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귀찮다, 힘들다’
때론 ‘전혀 알고 싶지 않다’ 였습니다.
‘왜 내게 이런 아이들이 주어졌을까?’ 라는 푸념을 많이 늘어놓았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에게 이 알 수 없는 삶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늘 운명이 나를 어찌할까 두렵고, 온통 ‘좁은 나’에게만 집중이 되어 있었거든요.
작은 녀석들이지만 사람 앞에 서는 게 두렵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두렵고
영영 사랑을 하지 못할까 두렵고, 배신당할까 두렵고,
어느 날 갑자기 불구가 될까 두렵고, 남들만큼 못살까 두렵고......
심지어는 귀신을 있을까?
불을 켜두며 늘 잠을 청하기가 두려웠어요.
죽어 한줌의 재가 되는 것이,
그 다음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어 두려웠고요.
겉으론 다정하고 여유로운 미소로 실실 웃고 있었지만......
내가 너무 못나 밉고, 자신이 없었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나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내가 누구에게 진심으로 관심이란 것을 가질 수 있었겠어요?


20대 후반에 우연히(아니 귀한 인연으로) 진정 나를 만나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어딘가에서 오는 반짝이는 기운을 느끼고, 말씀을 들으며, 깊은 호흡을 통해
언젠가부터 처음으로 내 자신을 떠올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별의별 것들이 떠오르면서......
처음으로 제게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내가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수많은 만남, 특히 교직을 통해 만났던 이들의 '눈망울'이 떠올랐어요..
부모님의 존재를 빌어 나를 이 세상 밖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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