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 로그인 | 1:1문의

함께 산다는 것 > 전문가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 호주소식 + 교민사회(퀸즈랜드) + 사고팔기 + 구인/구직 + 부동산 + Q&A/자유게시판 + 여행/유학 + 포토갤러리 + 전문가칼럼 + 비지니스 + 업소록 + 쿠폰할인 이벤트 + 공지사항

전문가 칼럼 목록

한인문학회 | 함께 산다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떠별 작성일2018-06-21 22:03 조회1,736회 댓글0건

본문

  함께 산다는 것 

 

 

                                                                    송정은  

 

어느 날부터인가 거위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게에서 집으로 가려면 천천히 가야만 하는 꼬불거리는 산길을 통과해야 한다. 그 길 초입에 거위를 기르는 집이 있다. 하얀 빛의 몸집이 큰 거위는 주로 앞마당에 있는 자동차 옆이나 뒤를 뒤뚱거리며 기웃거린다. 왜 위험하게 그런데 있는지 모르겠다. 

혼자 외로웠을 거위가 주인이라도 있는 날에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그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사랑스럽다. 거위를 보면 피곤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서 더욱 속도를 줄이고 고개를 돌려 그쪽을 가능한 끝까지 보게 된다. 

 나무와 새, 물가에 있는 오리, 가끔씩 보이는 월러비(Wallaby)가 전부인 산자락 밑에 있는 시골 집에 혼자 있으면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기르는 흰 고양이가 있기는 하나 대화를 할 수도 없고 고양이 역시 외로운 지 낮에는 웅크리고  잠만 잔다. 일 마치고 돌아올 남편이 기다려진다. 도심에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이다.

 도심의 집에서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건너편 공원에서 공놀이 하며 소리지르는 아이들, 개를 산책 시키며 떠드는 소리, 뒷마당에 있는 정원에만 나가도 옆집에서 손 흔들며 인사를 했다.

 남편과 같이 있어도 함께 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었다. 워낙 정원 일을 좋아하는 그는 시간만 되면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냈고 나는 나대로 집안 일에 열중하니 같이 있어도 혼자였다. 남편이 한국이라도 다녀온다면 먹거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내심 좋기도 했었다. 그는 혼자 가면서 미안해하며 집에 남겨진 나를 꽤나 안쓰러워 했지만 덕분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어 괜찮았었다. 

 그러다가 산자락에 자리잡은 동네로 이사를 오니 둘레가 모두 잔디와 나무다. 함께 잔디도 깎고 나무도 자르고 꽃도 가꾼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큰 소리로 서로를 부른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이제야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거위 옆에 또 한 마리의 거위가 보였다. 전에는 없던 거위가 분명하다. 두 마리의 거위가 보인 후론 둘은 항상 함께 있다. 자동차를 타러 나오는 주인을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는지 그 옆에 가지도 않는다. 집 밖으로 걸어 나오는 거위 뒤로 또 다른 거위가 따라 나오며 꿱꿱거린다.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 같다. 때론 달리는 자동차가 있어 염려하는 소리로 들린다. 둘은 늘 함께하며 사이가 제법 좋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행복과 안도감을 느낀다. 

하나님께서는 외롭게 있는 아담이 안타까워 그의 갈비 뼈를 취하여 하와를 만드셨다. 함께 있는 아담과 하와를 보시며 행복해 하셨을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남편이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입구를 몇 번이고 바라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서비스이용약관 | 광고문의 & 제휴문의
Tel 0449 887 944, 070 7017 2667, Email qldvision@gmail.com
Copyright ⓒ DIOPTEC, Queensland Korean Community website All Rights Reserved.